대한민국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부터 1인당 10만원씩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간혹 '기본소득'의 개념을 보조금이나 복지의 차원에서 생각하여 부자들에게도 1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어떤 사람이 기본소득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일까? 기존에 이미 복지제도의 그물망 안에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혹은 그 위 어느 지점까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원범위를 확정해야 하는 것일까?
(이하 남아공 사례에 대한 논의는, 퍼거슨 교수의 분배정치의 시대를 인용하였음)
먼저 기본소득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남아공과 나미니아의 형태를 살펴보자. 이곳에서의 논의는 모든 사회성원이 연령, 성별, 고용상태, 가족구성원에 상관없이 기본소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대하여 퍼거슨은 보조금이 남에게 의존하는 성인 남성을 죄악시하고, 여성, 아동, 노인이 남성 가장이나 국가적 지원에 의존하는 것만을 용인하는 산업자본주의의 가치체계를 침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가치체계는 젠더 불평등을 영속시키고 장기실업자를 범죄인으로 만든다.
이와달리 인류학자들이 전통적으로 연구해온 친족 기반 사회와 하위문화에서는 친족 네트워크 안에서 경제적, 도덕적 상호의존을 배양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적 삶의 주요 목표중 하나였다. 기본소득과 같은 제안들은 이런 종류의 도덕성을 국민국가, 그리고 이들을 넘어서는 차원으로 확장하는 길을 탐색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단지 최근의 논의만은 아니다. 사실 지난 20년에 걸쳐 새로운 종류의 복지체제가 세계 도처에 등장했는데, 이 변화의 핵심은 '현금지급'이었다. 이 형태는 대게 아동의 학교출석이나 건강 향상을 위한 정기적 진료소 방문처럼 명목적인 조건이 따라붙는 것으로 '조건적 현금지급'이라 불리운다. 특히 브라질 볼사파밀리아 프로그램은 1,100만 이상 가정에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강력한 반빈곤 효과를 생산하고, 소비를 유발해서 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보조금 개념을 내포하고 있기때문에 전 지구적으로 영감을 준 모델이 되었다.
데이비드 흄은 이러한 현상을 "글로벌 남반구로부터의 개발혁명'이라 표현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을 탈출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도록 직접 돈을 주는게 낫다"라는 확신에 뿌리를 둔 새로운 사유의 물결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다시 우리나라의 논의로 넘어와보자. 남아공스타일의 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빈곤의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논의는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에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굉장히 어색한 일이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당장 빈곤을 해결해야 하는 까닭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입장에서 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목적이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소득보전 목적과 동시에 급격하게 침체되는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두가지 임무를 띄고 있는 재정지출이라면, 이 두가지를 모두 달성 할 수 있는지? 혹은 한가지 목적이라도 정확하게 달성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가지고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기본재난소득은 재정을 통한 포풀리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금지급은 말로는 멋져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기본소득의 논의와는 그 결이 다른 것으로 혼동을 줄 수 있고, 정치적 논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경제학적으로 볼때 바우처형태의 상품권 등의 지급이 아닌, 진짜 리얼 현금의 경우에는 그걸 받은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증가되는 효과는 100%가 보장이 된다. 그런데 이 정책의 목적에 소비진작이라는 목적도 동시에 있는 것이라면, 소비진작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같이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 또한 급격하게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경제주체의 소비성향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밖에 나가서 돈쓰고 다니는게 애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개인에게 무조건적으로 10만원을 지급한다면, 그 돈은 깊숙한 곳에 묻혀버리고 말 가능성이 높다. 이 정책의 목적이 코로나로 인해 낮아진 소득을 보전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그 돈을 당장 쓰든 장농에 넣어두든 상관이 없을 것이다. 받은 사람으로서는 어찌되었든 효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돈이 생겼는데,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은가?
또한 정부의 목적이 만약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소득보전이 목적이라하면, 그 지급을 현금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생겨 기분이 좋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 지급을 꼭 현금으로 해야하냐는 것이다. 주머니에 묻혀 세상 빛을 보지 못할 현금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당장 쓸 돈을 줄여주는 것이 소득보전 효과는 주면서도 현금지급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래서 정부가 쓰는 방법이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것인데, 사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에 받을 세제혜택의 고마움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이 경우 재정수입만 감소하고, 사람들의 효용은 증가시키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카드사 등과 협의하여 당장 사용하는 돈을 페이백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사용해야 할 돈을 쓰고, 바로바로 페이백(페이백의 한도를 인당 또는 가구당 줄 수 있을 것이다) 을 받는다면, 눈에 보이는 효용의 증가도 있을 것이고, 소득진작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정부의 목적이 코로나 재난상황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부양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현금지급은 아무 효과도 없을 것이다.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당장 쓸 수 있는 것으로 지급을 해야한다. 현물지급 또는 쿠폰지급 또는 상품권으로 지급을 해야한다. 그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개인이 발생하는 것은 개개인들의 선택이므로 할인율이 너무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어느정도는 묵인해도 될 것이다. (할인율이 너무 높을 경우에는 개입이 당연히 필요하다)
상품권 지급의 경우 사용기한은 정해두고, 사용처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카드에 쿠폰처럼 지급하는 방식도 괜찮을 것 같다. 비교적 고급가전에 속하는 고효율 가전제품 구입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세제감소효과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소중한 재정을 사용하는데 있어 정책의 목표를 확실히 하고, 이 위기상황을 잘 빠져나가길 바란다.
'Econ Mi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외 병역사항 입증 방법 ‘아포스티유’ 온라인 발급 (0) | 2020.03.25 |
---|